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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생명 실험이 보여 준 공생발생, 돌연변이 없이도 생명과 지능이 복잡해지는 이유

블레즈 아게라 이 아르카스가 인공생명 학회에서 무작위 바이트 더미가 자기복제 프로그램으로 상전이하는 실험을 공개하며, 진화의 새로움은 돌연변이가 아니라 복제자끼리의 결합에서 나오고 생명은 처음부터 계산이었다고 주장했다.

무작위 바이트에서 생명이 켜졌다: 돌연변이 없이 복잡해지는 진화의 엔진 영상 대표 이미지

핵심 메시지

  • 무작위 바이트로 채운 1,024개의 테이프를 둘씩 뽑아 붙여 실행하고 다시 떼어 놓기만 반복해도, 수백만 번 뒤 자기복제 프로그램이 저절로 나타난다.
  • 돌연변이율을 0으로 내려도 같은 현상이 일어나며, 새로움의 출처는 복제자끼리 결합하는 공생발생이었다.
  • 이 전환은 부드러운 변화가 아니라 젤이 굳는 것과 같은 상전이로 나타나며, 계산량과 압축률이 동시에 급변한다.
  • 결합 계보의 깊이를 제한해 상호작용 1,000번 중 1번만 막아도 이 전환은 아예 일어나지 않는다.
  • 생명은 처음부터 계산이었고, 결합이 계산을 병렬화하면서 남을 모형화하는 능력, 곧 지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강연의 결론이다.

쉽게 이해하기

『What is Life?』와 『What is Intelligence?』의 저자 블레즈 아게라 이 아르카스가 2025년 인공생명 학회에서 자신의 실험과 이론을 정리해 발표했다. 그는 생명과 무생물을 가르는 것이 물질이 아니라 기능이라고 본다. 돌을 깨면 돌 두 개가 남지만 콩팥을 망가뜨리면 더는 콩팥이 아니라는 비유로, 기능은 원자만 들여다봐서는 읽어 낼 수 없는 정보라고 설명했다.

이 기능 개념을 계산으로 잇는 다리가 폰 노이만이다. 그는 자기 자신을 만드는 기계에 설계도 테이프와 그것을 읽어 조립하는 범용 구성자, 테이프 복사기가 모두 필요하다고 결론지으면서 범용 구성자가 곧 범용 튜링 기계라는 점을 짚었는데, DNA 구조도 리보솜도 알려지기 전에 순수한 이론으로 도달한 결론이었다. 튜링 기계가 기호를 다룬다면 폰 노이만의 복제자는 기억이 곧 원자여서 노트북이 노트북을 찍어 내는 3D 프린터에 가깝고, 여기서 생명이 곧 체화된 계산이라는 정의가 나온다. 실험은 그 정의를 놀랄 만큼 단순한 장치로 검증한다. 명령어가 여덟 개뿐인 최소 언어를 손봐 코드와 데이터 테이프를 하나로 합치고 64바이트짜리 무작위 테이프 1,024개를 준비한 뒤, 두 개를 무작위로 뽑아 128바이트로 이어 붙여 실행하고 다시 떼어 원래 수프에 돌려놓는 일만 반복한다.

선택압도 적합도 함수도 없는 이 반복만으로 수백만 번의 상호작용이 지나면 상호작용당 평균 두어 개에 그치던 연산이 1,300회 이상으로 치솟고, 압축이 되지 않던 수프가 갑자기 잘 압축되는 상태로 바뀐다. 자기 자신을 베끼는 프로그램들이 서로를 덮어쓰며 생태계를 이룬 것이다.

정작 놀라운 대목은 돌연변이를 완전히 껐을 때다. 학교에서 배운 대로라면 변이가 없으면 새로움도 없어야 하는데, 같은 상전이가 그대로 일어난다. 그가 제시한 답은 공생발생이다. 처음에는 한 바이트짜리 조악한 복제자들이 떠다니다 우연히 마주쳐 함께 복제하면 더 잘 복제되는 순간이 오고, 그 결합이 새로운 정보를 만든다. 수학적으로는 개체군 동역학을 다루는 로트카-볼테라 항에 고분자가 뭉치는 과정을 기술하는 스몰루호프스키 응집 항을 더한 형태가 되고, 상전이는 젤라틴이 굳는 젤화에 해당한다.

공생발생이 원인이라는 증거로 그는 직접적인 개입 실험을 들었다. 새 복제자가 몇 대에 걸친 결합으로 만들어졌는지 계보 깊이를 추적해 일정 깊이를 넘는 상호작용만 무효로 돌리면, 막히는 상호작용은 1,000번에 한 번꼴에 불과한데도 상전이가 사라진다. 개체군 요동을 분석해 복원한 상호작용 행렬에서도 곧 결합할 개체들은 이미 서로 협력하는 관계였다. 결합이 반복될수록 계산은 더 병렬적이 되고, 자기 자신을 복제하는 코드 위에 상대를 모형화하는 코드가 쌓인다. 그는 이것이 지능이며 생명은 처음부터 지능적이었다고 주장한다. 강연은 생명을 공생발생을 통해 생겨나고 복잡해지는 체화된 자기생성적 계산으로 정의하며 끝났고, 사람의 뇌가 커진 과정 역시 남을 모형화하는 같은 작용이 더 높은 층위에서 반복된 결과로 설명됐다.

주요 인사이트

  • 다윈의 진화론은 왜 생물이 시간이 갈수록 복잡해지는지를 설명하지 않는다. 결합이 일어날 때마다 '둘을 어떻게 맞물릴지'에 해당하는 정보가 더해진다는 점이 진화에 시간의 화살을 준다는 설명이 이 강연의 핵심이다.
  • 새로움의 원천이 돌연변이가 아니라 무작위 만남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수프에서 둘을 아무렇게나 뽑는 열적 무작위성이 공생발생을 거쳐 알고리즘적 정보로 바뀐다.
  • 계산은 관찰자의 모형에 의존한다. 물리계를 논리계로 옮기는 대응이 지나치게 복잡하면 '강물도 컴퓨터'라는 억지가 되므로, 간결한 대응이 성립할 때만 계산이라 부를 수 있다.
  •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 같은 극적인 사건만 공생발생으로 인정돼 왔지만, 강연은 그것이 빙산의 일각이라고 본다. 인간 유전체에서 단백질을 만드는 부분이 1.5% 남짓이고 나머지 상당수가 전이인자와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라는 점, 바이러스에서 유래한 ARC 유전자를 없앤 생쥐가 새 기억을 만들지 못한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 영상 설명란은 이 실험이 기판 설계에 민감하다는 점, 그리고 '생명은 처음부터 계산이자 지능이었다'는 결론이 실험이 직접 보여 준 것보다 큰 도약이라는 점을 함께 짚는다.

자주 묻는 질문

실험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반복하나?

64바이트짜리 무작위 테이프 1,024개를 만들어 두고, 그중 두 개를 무작위로 뽑아 128바이트로 이어 붙인 뒤 프로그램으로 실행하고, 다시 반으로 떼어 수프에 돌려놓는다. 이 과정을 수백만 번 반복하는 것이 전부이며 선택압이나 적합도 함수는 따로 두지 않는다.

돌연변이가 없는데 어떻게 더 복잡해지나?

이미 존재하던 짧은 복제자들이 우연히 만나 함께 복제될 때 각자보다 더 잘 복제되면 그 조합이 살아남는다. 이때 둘이 어떻게 맞물리는지에 해당하는 정보가 더해지므로, 변이 없이도 프로그램이 길고 복잡해진다.

공생발생이 원인이라는 근거는 무엇인가?

새 복제자의 조상 계보 깊이를 추적해 일정 깊이를 넘는 결합만 취소하는 실험을 했다. 이때 취소되는 상호작용은 1,000번에 한 번 정도로 극히 적은데도 자기복제 프로그램이 폭발하는 상전이가 아예 일어나지 않았다.

이 이야기가 지능과는 어떻게 이어지나?

결합이 반복될수록 계산은 대규모 병렬 계산이 되고, 자기 자신뿐 아니라 주변의 다른 개체를 모형화하는 기능이 쌓인다. 강연은 이 모형화가 곧 지능이며, 뇌가 커지는 과정도 같은 결합이 더 높은 층위에서 일어난 결과라고 설명한다.

원문과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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