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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변이 예측 AI, 어디까지 믿을 수 있나 — 단백질 언어모델의 사각지대와 신뢰도

실험 데이터가 없는 판데믹 초기에 AI로 바이러스 변이를 예측할 수 있을까. 버클리 세미나 발표는 진화 서열 모델이 실험을 앞선 사례와 함께, 단백질 언어모델이 유독 바이러스에만 약한 데이터 차원의 이유를 짚는다.

판데믹 첫날에도 변이를 예측할 수 있을까 — 진화 서열로 바이러스를 읽는 AI의 현주소 영상 대표 이미지

핵심 메시지

  •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의 코로나바이러스 서열만으로 학습한 모델이, 대유행 10~17개월 뒤에야 나온 실험 데이터만큼 혹은 그보다 잘 항체 회피 변이를 맞혔다.
  • 정렬 기반 모델에서는 서열을 많이 모을수록 좋다는 통념이 항상 맞지 않았다. 관련성이 낮은 서열이 많이 섞이면 오히려 성능이 떨어졌고, 유사도 90% 이상 서열의 비율이 더 나은 기준이었다.
  • 단백질 언어모델은 비(非)바이러스 단백질에서는 잘 작동하지만 바이러스에서는 가장 단순한 모델보다 못한 경우가 많았다. 학습 데이터에서 바이러스가 1% 미만인 데다 중복 제거 과정에서 특히 심하게 잘려 나가기 때문이다.
  • RNA 바이러스는 변이 속도가 워낙 빨라 진화적으로 가까운 서열조차 유사성이 사라지고, 그래서 참고할 만한 관련 서열 자체가 부족하다.
  • 구조 정보를 함께 학습한 모델은 서열이 부족한 바이러스에서 그 공백을 어느 정도 메웠고, 특히 단백질 안정성 관련 실험과의 상관이 높았다.

쉽게 이해하기

발표의 출발점은 단순한 가정이다. 새로운 바이러스가 등장한 첫날, 아직 아무 실험 데이터도 없는 시점에 우리는 어떤 변이가 중요한지 예측할 수 있을까. 연구진은 코로나19를 되감아 2020년 이전에 존재하던 코로나바이러스 서열만 사용했다. 사스, 메르스, 그리고 우리가 감기로 여기는 계절성 코로나바이러스들이 공유하는 제약 조건이 새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무언가를 알려 줄 수 있다는 발상이다.

단백질 서열을 모델링하는 방식은 자연어 처리와 나란히 놓고 설명된다. 문장이 단어로 이뤄지듯 단백질은 20종의 아미노산으로 이뤄진다. 가장 단순한 모델은 각 위치의 아미노산 빈도만 세는 방식인데, 발표자는 이 한계를 재치 있는 예로 짚는다. 세계에서 가장 흔한 이름·중간이름·성을 각각 고른다고 해서 그 조합이 가장 흔한 전체 이름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두 위치의 쌍을 함께 보는 모델, 나아가 서열 전체를 압축했다 복원하는 변분 오토인코더 방식으로 넘어간다.

이렇게 만든 모델의 예측은 실험과 잘 맞았고, 어긋나는 지점마저 의미가 있었다. 실험은 수용체 결합 도메인만 떼어 측정한 반면 모델은 스파이크 단백질 전체를 보고 있었기 때문에, 실험이 놓친 '전체 구조에서 오는 제약'을 모델이 잡아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여기에 구조·생화학 정보를 더해 항체 회피 변이를 예측했고, 대유행 시작 시점의 정보만으로 이후 실제로 나타난 변이를 실험 기반 예측만큼, 혹은 그보다 잘 맞혔다고 보고했다.

발표는 이 예측력을 백신 평가로 연결한다. 지금까지는 새 백신이 현재 유행 중인 변이에 잘 듣는지를 시험해 왔지만, 연구진은 앞으로 나타날 법한 변이를 모델로 설계해 그 변이들에 대해서도 시험해 보자고 제안한다. 실제로 특정 시점까지의 정보만 쓰고 5~10개의 변이를 넣어 설계한 가상 변이들이, 항체 반응 측면에서 8~12개월 뒤에 실제로 등장한 변이와 비슷하게 행동했다고 소개한다. 매년 유행 6개월 전에 균주를 골라야 하는 독감 백신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후반부는 방법론의 냉정한 점검이다. 연구진은 여러 바이러스 계통과 실험 방식을 아우르는 45개의 바이러스 심층 변이 스캔을 모아 표준화했고, 이를 기준으로 '더 깊은 정렬이 항상 더 좋은가'를 물었다. 답은 아니었다. 어떤 프로테아제에서는 서열을 늘릴수록 성능이 떨어졌는데, 원본 서열과 유사도가 낮은 서열이 대량으로 섞여 신호를 덮어 버렸기 때문이다. 서열 개수 대신 '유사도 90% 이상 서열의 비율'을 기준으로 삼자 성능이 나아졌다.

가장 뼈아픈 결과는 단백질 언어모델 쪽이다. 바이러스가 아닌 단백질에서는 대부분의 언어모델이 단순한 위치별 빈도 모델을 앞섰지만, 바이러스에서는 상당수가 그 단순 모델보다 못했다. 원인은 데이터에 있다. 대형 서열 데이터베이스에서 바이러스는 1% 미만인 데다, 과적합을 막으려고 유사도 90% 단위로 묶어 대표 서열만 남기는 관행이 바이러스 서열을 유독 심하게 깎아 낸다. 발표자는 비바이러스 단백질이 8:1 정도로 줄어드는 반면 어떤 바이러스는 550:1로 줄어드는 사례를 제시했다.

그래서 연구진은 '이 모델을 이 바이러스에 대해 믿어도 되는가'를 판정하는 신뢰도 지표를 만들었다. 정렬 기반 모델에는 관련성 높은 서열의 다양성을, 언어모델에는 각 위치에서 몇 종류의 아미노산을 비슷한 확률로 내놓는지를 나타내는 유사 퍼플렉서티를 쓴다. 이 지표들이 실제 성능과 잘 맞았고, 이를 묶은 접근을 EVEREST라고 부른다. 이 틀로 세계보건기구가 지목한 40종 우선순위 바이러스를 점검한 결과, 두 계열 모델 모두가 믿을 만한 경우는 인플루엔자나 HIV 등 소수에 그쳤다.

주요 인사이트

  • '데이터가 많을수록 좋다'는 직관은 관련성 앞에서 무너진다. 정렬에 서열을 더 넣어도 목표 단백질과 먼 서열이면 신호를 희석시킬 뿐이라, 개수보다 유사도 분포가 더 나은 선택 기준이었다.
  • 데이터 전처리의 관행이 특정 영역을 조용히 지운다. 과적합을 막기 위한 서열 클러스터링은 대부분의 생물에게 합리적이지만, 변이가 빠른 RNA 바이러스에는 정보의 대부분을 버리는 작업이 된다.
  • 모델 규모를 키우는 것이 데이터 부족을 부분적으로 대신할 수 있다. 비바이러스 단백질에서는 파라미터를 늘려도 성능이 평평해졌지만 바이러스에서는 계속 개선됐는데, 먼 데이터로부터 일반화하는 여력이 커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 서열이 부족하면 구조가 대신 말해 준다. 서열 유사도가 30%에 못 미쳐도 구조가 비슷한 단백질이 있고, 구조를 함께 학습한 모델은 이런 먼 상동체로부터 배울 수 있어 바이러스에서 강했다.
  • 예측 모델의 신뢰도를 정량화하는 일은 안전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발표자는 같은 지표를 새 모델이 생물보안 위험을 키우는지 평가하고 접근 제한 여부를 판단하는 데도 쓸 수 있다고 언급했다.

자주 묻는 질문

실험 데이터 없이 변이를 예측한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요?

진화가 남긴 서열 자체를 데이터로 봅니다. 오랜 시간 살아남은 서열들에는 '단백질이 기능하려면 지켜야 하는 제약'이 담겨 있으므로, 관련 바이러스들의 과거 서열을 학습하면 어떤 변이가 가능하고 어떤 변이가 치명적인지 확률로 매길 수 있습니다.

단백질 언어모델이 바이러스에서 유독 약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학습 데이터에서 바이러스 서열이 1% 미만인 데다, 과적합을 막기 위해 유사도 90% 단위로 묶어 대표 서열만 남기는 전처리가 바이러스에 특히 가혹하기 때문입니다. 발표에서는 어떤 바이러스 단백질이 이 과정에서 55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사례가 제시됐습니다.

왜 RNA 바이러스가 특히 어려운가요?

변이 속도가 다른 생물보다 수십~수백 배 빠르기 때문입니다. 진화적으로 같은 정도의 시간이 흘러도 세균은 서열 유사성이 남아 있는 반면, RNA 바이러스는 상동성을 탐지할 수 있는 한계를 이미 벗어나 버려 참고할 관련 서열을 찾기 어렵습니다.

EVEREST는 무엇을 하는 도구인가요?

모델의 예측을 얼마나 믿어도 되는지 추정하는 틀입니다. 정렬 기반 모델은 관련성 높은 서열의 다양성으로, 언어모델은 유사 퍼플렉서티로 신뢰도를 매기며, 이를 통해 실험 데이터가 없는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예측을 신뢰할 수 있는지 미리 판단합니다.

원문과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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