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VIDEO BRIEFING
피지컬 AI 한국의 현주소: 자율주행 규제와 데이터 부족, 휴머노이드 인프라 격차 진단
SPRi 포럼 패널토론에서 자율주행·휴머노이드·조선 현장 전문가들이 짚은 피지컬 AI의 병목을 정리했다. 무인주행 규정과 원격주행 금지, 실도로 데이터 부족, GPU와 전기 인프라, 장인 노하우의 데이터화까지 현장의 언어로 나온 진단이다.

핵심 메시지
쉽게 이해하기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 제64회 포럼의 패널토론은 '피지컬 AI 시대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를 주제로, 휴머노이드(로브로스 박현준 CTO), 자율주행(오토노머스에이투지 유민상 CSO), 조선(HD한국조선해양 장계봉 로보틱AI실장)과 연구기관 측이 함께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첫 공통 질문은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가 이미 있던 기술인데 왜 지금 '피지컬 AI'라는 새 이름으로 평가받느냐는 것이었다.
답변의 공통분모는 규칙 기반이 덮지 못하는 영역이었다. 휴머노이드가 산업용 로봇의 일을 그대로 대체하면 생산성이 오히려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으므로, 대체가 아니라 규칙 기반이 커버하지 못한 영역을 메우는 데 가치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율주행 쪽에서는 테슬라가 버전 12부터 종단간 방식으로 전환하고 중국 업체들이 뒤따르면서, 규칙 기반에서 풀리지 않던 문제들이 해결되고 주행이 사람에 가깝게 부드러워진 것이 전환점으로 꼽혔다. 조선 쪽에서는 GPU 기반 시뮬레이션으로 가속 시험이 가능해지면서 물리 실험에만 의존하던 시간 제약이 풀린 점이 배경으로 제시됐다.
가장 구체적인 숫자는 자율주행에서 나왔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자율주행 차량을 운영한다는 이 회사의 운영 대수가 71대 수준이고, 한 지역에 집중된 것은 세종의 네 대 정도다. 해외 발표에서 오타가 아니냐는 질문을 받을 만큼 적은 규모여서, 시뮬레이션을 논하기 전에 현실 세계 데이터부터 턱없이 부족하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글로벌 최상위 기업과의 기술 격차는 2~3년 정도로 평가됐다.
제도 이야기는 더 날카로웠다. 국내에서 무인 자율주행은 시속 10km를 넘길 수 없고, 원격주행은 UN 규정을 따르기 때문에 차량과 사람 사이 6m 이내에서만 허용된다. 사실상 원격 주차를 위해 만들어진 규정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내년 원격주행을 허용할 계획이어서 2026년까지 관련 규정이 정비되면 2027년쯤 무인 자율주행이 시작될 수 있다고 봤지만, 웨이모가 2009년 설립 후 2018년 피닉스 무인주행까지 9년, GM 크루즈가 2013년 창업 후 2022년 샌프란시스코 무인주행까지 9년이 걸렸다는 점을 덧붙였다.
규정만으로는 시장이 열리지 않는다는 대목이 이날의 핵심 메시지였다. 독일은 2022년, 일본은 2023년 관련 법을 만들었지만 인증을 받은 곳이 없고, 레벨 3 규정은 2019년 말에 만들어졌지만 6년이 지나도록 인증 사례가 없다는 것이다. 국내 레벨 4 규정도 대중교통과 물류만 열어 둬 6~7억 원짜리 차량을 살 운수 사업자가 없다는 현실이 지적됐다. 정부가 자율차 과제에 1.1조 원을 썼다지만 가장 많이 수행한 기업이 받은 금액은 245억 원 수준이라는 대비도 제시됐다. 전기차에 연 3조 원, 수소버스에 연 1조 원 이상의 보조금이 투입돼 보급이 이뤄진 사례를 들며, 시장을 여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국토부가 대규모 실증도시 다섯 곳을 지정해 1,000대 규모로 운영하되 내년에는 100대로 시작하겠다고 발표한 점도 언급됐다.
휴머노이드 쪽 진단은 기술보다 환경에 무게가 실렸다. GPU가 부족한 것은 물론이고, 전기를 너무 많이 써서 대학이 전기 요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왔다는 것이다. 연구자 역량이 뒤처진다고 보지 않으며 생태계와 환경만 갖춰지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견해였다. 항저우에서 열린 로봇 학회에서 휴머노이드 50여 대가 천장 호이스트 없이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로봇이 넘어진다는 상상 자체를 하지 않는다'고 느꼈다는 일화, 국내에서는 4천만 원짜리 호이스트부터 사야 한다는 대비가 그 격차를 상징한다. 다만 산업부가 3~4개월 안에 대학에 휴머노이드를 보급할 세 개 팀을 뽑겠다고 하자 11개 팀이 지원한 점을 들어, 국내 저변도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고 봤다.
조선업에서는 용접 불꽃과 금속 구조물, 가려진 시야처럼 변수가 많은 현장을 시뮬레이션만으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가변 환경을 범주화해 형식화하되 남는 빈틈은 운영하며 지식을 축적하는 프로세스로 메운다는 접근을 제시했다. 목표는 완벽한 자율화가 아니라 장인의 노하우를 데이터로 축적하는 것이며, 그분들이 은퇴하면 데이터도 사라지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사람의 역할은 당분간 보정과 연결에 있고, 데이터를 제공하는 숙련자의 가치를 정당하게 평가해 보상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데이터 공유에 대한 질문에는 자율주행 쪽에서 단호한 답이 돌아왔다. 회사마다 센서 구성이 달라 남의 데이터를 받아도 쓸 수 없고, 반대로 자사 데이터를 넘기면 차로 변경과 유지 판단의 기준이 역설계될 위험이 있어 어느 기업도 공유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V2X 역시 신호 정보의 정확도와 통신 지연, 사고 시 책임 소재 문제 때문에 현재는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연구기관 측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5년 9월 출범시킨 피지컬 AI 글로벌 얼라이언스를 언급하며, 생태계 분과와 도메인 분과가 나뉜 이 판 위에서 산업계와 학계, 정부가 각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주요 인사이트
- 피지컬 AI의 병목은 알고리즘이 아니라 데이터와 제도라는 진단이 세 산업에서 공통으로 나왔다. 시뮬레이션은 실제 데이터가 어느 정도 쌓인 뒤 마지막 1%를 메우는 도구라는 인식이다.
- 규정 제정과 시장 개방은 다른 문제다. 독일·일본의 자율차 법과 레벨 3 규정이 인증 사례를 만들지 못한 사례는, 제도가 있어도 살 사람이 없으면 시장이 열리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 연구 인프라의 제약이 GPU에서 전력으로 옮겨가고 있다. GPU가 없어서 전기가 부족한 줄 몰랐다는 표현은 국내 연구 환경의 다음 병목이 무엇인지 시사한다.
- 자율주행 업계에서 데이터 공유가 어려운 이유는 의지가 아니라 구조에 있다. 센서 구성이 달라 호환되지 않고, 공유하면 판단 로직이 역설계될 수 있다는 두 가지 제약이 동시에 작동한다.
- 제조 현장의 피지컬 AI는 숙련자의 협조 없이는 성립하지 않는다. 노하우를 데이터로 넘기는 사람에게 인센티브와 정당한 평가를 주는 제도가 기술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로 제시됐다.
자주 묻는 질문
국내에서 무인 자율주행이 아직 어려운 제도적 이유는 무엇인가?
무인 자율주행은 시속 10km를 초과할 수 없고, 원격주행은 UN 규정에 따라 차량과 사람 사이 6m 이내에서만 허용된다. 웨이모나 테슬라처럼 원격 감시·개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제조사가 위험을 감수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국내 자율주행 데이터는 어느 정도 부족한가?
가장 많이 운영한다는 기업의 차량이 71대 수준이고 지역별로 흩어져 있어, 한 지역에 집중된 것은 세종의 네 대 정도다. 시뮬레이션을 논하기 전에 실제 도로 데이터부터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현장의 진단이다.
규정이 만들어지면 시장이 열리는가?
그렇지 않다는 사례가 제시됐다. 독일은 2022년, 일본은 2023년 관련 법을 만들었지만 인증을 받은 곳이 없고, 2019년 말 만들어진 레벨 3 규정도 6년간 인증 사례가 없다. 국내 레벨 4 규정도 대중교통과 물류만 열려 있어 6~7억 원대 차량을 살 사업자가 없다는 지적이다.
조선업에서 피지컬 AI의 당면 목표는 무엇인가?
완벽한 자율화가 아니라 장인의 노하우를 데이터로 축적하는 것이다. 숙련자가 은퇴하면 그 데이터도 사라지기 때문이며, 당분간 사람이 개입해 보정하고 연결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봤다.
원문과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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