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VIDEO BRIEFING
베네딕트 에번스 인터뷰: 오픈AI 해자 부재와 AI 시대 소프트웨어 산업의 구조 변화 전망
테크 애널리스트 베네딕트 에번스는 파운데이션 모델에 네트워크 효과가 없어 승자독식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오픈AI가 마주한 해자 문제, 소프트웨어 폭증 시나리오, 빅테크 캐펙스의 한계까지 짚는다.

핵심 메시지
쉽게 이해하기
매트 터크의 팟캐스트에 테크 애널리스트 베네딕트 에번스가 세 번째로 출연했다. 그가 제시하는 출발점은 단순하다. 우리가 아는 소프트웨어 산업은 자본이 거의 들지 않지만 네트워크 효과가 있어 독점에 가까운 구조와 높은 마진을 만들어 왔다. 윈도, 구글, 인스타그램이 그랬다. 그런데 대규모 언어모델에는 그런 레버가 보이지 않는다. 프런티어 모델을 만들 수 있는 조직이 서너 곳에서 대여섯 곳쯤 되고, 이들이 몇 주 혹은 몇 달 간격으로 서로를 앞지른다.
그렇다면 균형점은 어디인가. 에번스는 두 갈래를 제시한다. 하나는 모델 위에 생태계가 만들어져 iOS처럼 가치를 붙잡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한계비용에 팔리는 상품화된 인프라가 되는 경우다. 그는 클라우드보다 TSMC 비유가 더 적절할 수 있다고 본다. 네트워크 효과는 없지만 세대가 바뀔 때마다 더 어렵고 비싸져서 프런티어에 한 곳, 한 세대 뒤에 두세 곳이 남는 구조다. TSMC는 큰돈을 벌지만, 소비자는 자기 아이폰의 칩을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고 앱스토어 매출의 몫을 가져가지도 않는다.
오픈AI의 구체적 난제는 사용 패턴에 있다. 인구의 10% 정도가 매일 쓰지만 나머지 50%는 주 단위나 월 단위로만 쓴다. 계정을 가진 대다수는 오늘 이것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떠올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인드셰어와 모멘텀을 더 내구성 있는 무언가로 바꿔야 하는데, 사모펀드와의 제휴, 동영상 공유 앱, 앱스토어, 이커머스 연동 같은 시도가 이어졌다. 이커머스는 수백만 판매자와 수십억 SKU를 다뤄야 해서 구글과 메타도 두 번 실패한 영역이다.
'더 좋은 모델'이 답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냉정하다. 모델을 50개 항목에 돌렸을 때 지난달에는 10개가 틀렸고 이번 달에는 8개가 틀린다면, 여전히 50개를 전부 확인해야 한다. 정답이 필요한 업무에서 의미 있는 변화는 90%가 95%가 되는 지점이 아니라 맞느냐 틀리느냐가 갈리는 지점에서 생긴다. 기억 기능이 해자가 되리라는 기대도 빗나갔다. 지난해 프롬프트를 천 번 입력했다면 상위 20%에 든다는 사용 데이터를 보면, 대다수는 기억이 쌓일 만큼 쓰지도 않는다. 게다가 챗봇에게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을 전부 말하게 해 다른 모델에 붙여넣으면 그만이다.
제품 관점에서 그는 챗봇 인터페이스를 웹 브라우저에 비유한다. 입력 상자와 출력 상자만 있는데 무엇으로 차별화하겠느냐는 것이다. 렌더링 엔진을 개선하듯 모델을 개선할 수는 있어도 사용자에게 제시되는 화면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파운데이션 모델 회사의 제품 조직은 아침에 연구팀 메일을 받고 새 기능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그때부터 그것으로 무엇을 할지 고민한다. 스티브 잡스가 말한 사용자 경험에서 출발해 기술로 거슬러 올라가라는 원칙의 정반대다. 그의 표현으로 제품팀은 전략을 세우는 쪽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쪽이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미래에 대해 그는 세 층위 분류를 제안한다. 수만 명이 같은 방식으로 데이터를 쌓아야 하는 기록 시스템, 그것이 너무 경직돼 떨어져 나온 수직형 SaaS, 그리고 엑셀과 이메일과 CSV로 임시 처리되는 즉흥적 소프트웨어다. AI 코딩은 이 세 번째 층을 대거 흡수한다. 너무 작아서 전용 도구를 만들 이유가 없던 업무, 애초에 소프트웨어로 자동화할 수 없던 업무가 이제 가능해진다. 결론은 소프트웨어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훨씬 많아진다는 것이다.
제번스 역설에 대한 그의 정리는 담백하다. 결국 가격 탄력성 이야기다. 싸지고 쉬워지면 같은 일을 더 적은 돈으로 하거나,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일을 하게 된다. 스프레드시트가 금융업 종사자를 줄이지 않았다. 오히려 늘렸다. 1980년 뉴욕타임스 기사에는 현금흐름할인 모델을 기계어로 짜느라 20시간이 걸렸는데 비지캘크로는 15분이면 된다는 증언이 나온다. 그리고 20개의 모델을 10분에 만들 수 있게 되면 사람들은 20개를 만든다.
직업별 AI 노출도를 점수화하는 시도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방향은 대체로 맞겠지만, 1997년에 인터넷 영향도를 분석했더라도 우버는 결코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우버는 여러 도시의 택시업을 무너뜨리면서 동시에 시장을 키웠지만, 에어비앤비는 대체로 호텔에 덧붙는 수요를 만들었다. 출장 여행이 호텔업의 절반을 차지하는데, 밤 아홉 시에 도착해 다음 날 아침 미팅이 있는 사람은 에어비앤비에 묵지 않는다. 그의 표현으로는 답이 '경우에 따라 다르다'인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실제 답이다.
거품에 대해서는 과잉 투자와 다수의 실패가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다만 지금은 닷컴 때와 달리 소비자 기업의 무수익 상장도, 개인 투자자의 공모주 광풍도 없다. 대신 SPV, 순환 매출, 리스 같은 여러 형태의 레버리지가 쌓여 있다. 그는 이를 과거의 벤더 파이낸싱에 빗대며, 공시만 제대로 한다면 원리상 문제될 것은 없지만 레버리지는 상승장에서만 괜찮다고 못 박는다. 여기에 재무적 중력이 있다. 메타는 매출의 50% 이상을 캐펙스에 쓰겠다고 밝혔고,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도 멀지 않다. 내년에 매출의 100%를 쓸 수는 없다.
기업 현장의 온도도 전한다. 모두가 코파일럿을 배포했다가 기대에 못 미쳤고, 지금은 파일럿이 잔뜩 돌아가는 상태다. 어떤 대형 유통사는 리뷰 요약과 자연어 검색, SKU 태깅에 더해 여덟 개의 백엔드 자동화를 돌리고 있다. WPP 창업자 마틴 소렐은 광고업에서 AI의 가장 큰 영향은 광고 소재를 더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프레드시트로 지루한 작업을 하는 뒷단 인력에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바깥에서 보면 당연해 보이는 지점과 안에서 실제로 어려운 지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창업자를 위한 그의 조언은 오히려 고전적이다. 대부분의 SaaS는 데이터베이스 래퍼이고, 누군가 문제와 그 문제를 가진 사람들, 그리고 90도 비틀어 진입할 지점을 찾아낸 결과물이다. 소프트웨어의 어려운 부분은 코드를 쓰는 일이 아니라 무엇을 만들지, 어떻게 알릴지, 얼마를 받을지, 어느 시장부터 팔지를 정하는 일이다. 그것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달라진 것은 만드는 비용이 훨씬 싸졌다는 점과, 예전에는 소프트웨어로 불가능했던 영역이 열렸다는 점이다.
주요 인사이트
- 승자독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진단은 비관론이 아니라 가치가 어디에 축적될지에 대한 질문이다. 모델이 인프라가 되면 돈은 그 위에서 벌린다.
- 모델 성능 개선이 곧 제품 개선이 아니라는 점은 AI 도입 실패의 상당수를 설명한다. 검수 부담이 사라지는 임계점을 넘지 못하면 업무 흐름은 그대로다.
- 기억 기능처럼 겉보기에 강력한 록인 장치도, 대다수 사용자가 그만큼 쓰지 않으면 작동하지 않는다. 리텐션 논의는 사용 빈도 분포에서 출발해야 한다.
- 새 기술은 처음엔 하던 일을 그대로 옮기고, 다음엔 그 기술에 고유한 것을 만들며, 마지막에 문제 정의 자체를 뒤집는다. 지금은 첫 단계에 가깝다.
- TAM을 전 세계 GDP로 잡는 화법은 자동화의 투자수익률이 인건비에 상대적으로 결정된다는 기본 원리를 건너뛴다.
자주 묻는 질문
파운데이션 모델에 네트워크 효과가 없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요?
특정 회사가 어떤 조치를 취해도 다른 회사가 그만큼 좋은 모델을 만드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구글과 빙의 관계처럼 아무리 돈과 노력을 쏟아도 따라잡을 수 없는 격차가 생기지 않고, 대신 서너 곳에서 대여섯 곳의 조직이 짧은 주기로 서로를 앞지르는 구도가 유지됩니다.
AI 코딩 때문에 소프트웨어 산업이 사라지나요?
에번스는 정반대로 봅니다. 만드는 비용이 싸지면 소프트웨어는 훨씬 많아지고, 예전에는 규모가 작아 전용 도구를 만들 이유가 없거나 애초에 자동화가 불가능했던 업무까지 흡수합니다. 다만 기존 전문가 시스템처럼 언어모델이 더 잘하는 영역의 일부 제품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누구나 자기 소프트웨어를 직접 만들게 되나요?
그는 회의적입니다. 아무도 자기 회사의 ERP나 프레임아이오 같은 제품을 직접 코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다만 예전에 CSV를 내려받아 엑셀에서 처리하던 일을 이제 챗봇에게 시키는 식의, 즉흥적이고 일회성인 작업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AI 투자 규모에 한계가 있나요?
그는 재무적 중력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메타는 이익이나 현금이 아니라 매출의 50% 이상을 캐펙스에 쓰겠다고 밝혔고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도 비슷한 수준입니다. 이미 차입도 시작했고 리스까지 더하면 실제 숫자는 더 큽니다. 내년에 이 비율을 두 배로 올릴 수는 없다는 것이 유일하게 확실한 한계라고 말합니다.
원문과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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